미국증시 고유가 (에드야데니, 호르무즈, 반도체랠리)
IMF가 올해 상반기 세계 경제 전망을 발표했을 때, 솔직히 처음엔 뿌듯했습니다. 한국이 일본보다, 대만이 한국보다 1인당 GDP가 높다는 내용이었는데, 저는 그 숫자만 보고 "그래도 우리 나라 잘되고 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자사몰을 운영하면서 직접 겪는 소비 현실은 그 숫자와 전혀 달랐습니다. 숫자와 현실 사이의 간극, 이 글에서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한국이 일본보다 1인당 명목 GDP(Nominal GDP per capita)가 높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명목 GDP란 물가 변동이나 구매력 조정 없이 그 해 환율 기준으로 계산한 국내총생산을 뜻합니다. 한국은 2022년부터 이 수치에서 일본을 앞서기 시작했고, 지금은 5년째 그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처음 이 뉴스를 봤을 때 저도 꽤 놀랐습니다.
대만은 더 빠릅니다. 2003년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한국의 1인당 명목 GDP를 넘어섰고, IMF는 2031년까지 그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반면 총 명목 GDP 기준으로는 일본이 한국의 약 2.7배, 한국이 대만의 약 2배 규모로, 여전히 경제 총량 자체는 일본이 압도적입니다.
그렇다면 이 숫자가 바뀐 이유는 뭘까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환율 효과와 인구 구조입니다. 엔화 약세가 일본의 달러 기준 GDP를 끌어내렸고, 한국과 일본 모두 고령화(aging society)가 진행되면서 생산 가능 인구가 줄고 있습니다. 고령화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을 뜻합니다. 환율 요인을 걷어내면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사실 미미해질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이걸 보면서 드는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이 숫자가 서열 변화를 말해주는 건지, 아니면 구조적 쇠퇴를 보여주는 건지 그 차이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온라인 자사몰을 운영하면서 고객들의 소비 패턴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예전에는 고민하다가 결제하던 분들이 이제는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아예 떠나버리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습니다. 주변 자영업자들도 "버티는 게 목표"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꺼낼 만큼 분위기가 무거워졌고요.
그런데 통계를 보면 한국인의 자산은 꽤 빠르게 늘었습니다. UBS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성인 1인당 평균 순자산(Net Worth)은 약 3억 7천만 원으로 일본의 약 3억 300만 원을 2022년 처음으로 앞질렀습니다. 순자산이란 보유한 부동산·금융자산에서 부채를 뺀 실질 재산을 뜻합니다. 지난 5년간 증가율은 44%로, 전 세계 상위 25개국 중 가장 빠른 속도입니다. (출처: UBS Global Wealth Report)
하지만 이 자산 증가의 핵심 원인이 부동산입니다. 집값이 오른 만큼 순자산 수치도 올라갔지만, 그 집에 실제로 거주하거나 전세 레버리지를 쓰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현금 여유가 오히려 더 줄어들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자산 숫자는 커졌는데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은 더 적어지는 이 모순, 한국 가계의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여기서 중위 순자산(Median Net Worth)이라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중위 순자산이란 전체 인구를 자산 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확히 가운데 있는 사람의 자산 규모로, 보통 사람의 실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한국의 중위 순자산은 약 1억 5,400만 원으로 일본의 약 1억 5,100만 원을 지난해 처음으로 넘어섰습니다. 격차가 아주 작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대만은 어떨까요? 성인 1인당 평균 순자산이 약 4억 6,600만 원, 중위 순자산은 약 1억 7천만 원으로 한국과 일본을 모두 앞섭니다. 다만 평균과 중위 사이 격차가 한국·일본보다 훨씬 크다는 점에서, 가처분소득(Disposable Income)의 분배가 고르지 않다는 게 드러납니다. 가처분소득이란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납부한 뒤 실제로 쓸 수 있는 소득을 뜻합니다. TSMC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붐이 고임금 IT 종사자들의 자산을 집중적으로 끌어올린 결과입니다.
세 나라의 현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IMF는 한국의 저성장과 고령화가 국가 재정 여력을 빠르게 소진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출처: IMF World Economic Outlook) 대만의 국가 부채 비율이 한국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을 함께 보면, 이 경고가 단순한 전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1인당 GDP가 올라가는 동안 재정 건전성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한국의 구조적 문제는 반도체 같은 일부 수출 산업을 제외하면 내수 제조업 부진, 민간 소비 위축, 자영업 어려움이 겹쳐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자사몰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것과 정확히 같은 이야기입니다. 매출이 줄어드는 게 제 가게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흐름이었던 겁니다.
대만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도 마냥 부러운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강소 경제(Small but Strong Economy)란 경제 규모는 작지만 특정 산업에서 세계 경쟁력을 가진 구조를 뜻합니다.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이 구조가 극단적으로 집중돼 있습니다. 한 산업이 흔들리면 전체가 흔들리는 리스크도 함께 안고 있는 것입니다.
삶의 질(Quality of Life)은 GDP 하나로는 설명이 안 됩니다. 환경, 보건, 치안, 워라밸 등 11개 지표를 종합한 OECD 기준으로 보면 한국과 일본은 여전히 비슷한 수준입니다. GDP는 국가 재정과 성장 속도를 보는 지표이지, 내가 오늘 얼마나 여유롭게 살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가 아닙니다.
어느 순간부터 저는 "한국이 일본을 넘어섰다"는 뉴스 헤드라인을 보면서 예전만큼 뿌듯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 숫자 뒤에 환율 효과가 있고, 부동산 착시가 있고, 고령화 리스크가 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전망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는 결국 각자의 몫입니다. 다만 GDP 순위보다 가처분소득과 재정 건전성을 함께 살피는 습관을 들이는 게, 앞으로 내 살림을 지키는 데 훨씬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 것 같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또는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J5SuzAVSt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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