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 고유가 (에드야데니, 호르무즈, 반도체랠리)

나스닥이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는데 뉴스에선 호르무즈 봉쇄, 유가 100달러 돌파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상황. 저도 솔직히 이게 말이 되는 흐름인지 한동안 이해가 안 됐습니다. 예전이라면 오일 쇼크 하나로 시장이 무너졌는데, 이번엔 오히려 버티는 수준을 넘어 오르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파고들다 보니 미국과 한국이 같이 오르는 것처럼 보여도 엔진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에드 야데니가 3월 30일 바닥을 선언한 배경

4월 초, 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을 때 월가에서 50년 경력을 쌓은 전략가 에드 야데니는 "3월 30일이 바닥"이라고 공개 선언했습니다. 당시 분위기는 비관론 일색이었고,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시장은 다음 날부터 반등을 시작했고, 그의 S&P 500 연말 목표치 7,700도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야데니는 예일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뉴욕 연방준비은행, 도이치뱅크, 프루덴셜 등에서 수석 전략가를 역임한 인물입니다. 현재는 야데니 리서치를 직접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포효하는 2020년대' 시나리오를 주장하며 기술 혁신 주도의 경기 호황을 예측해온 그가 단순한 낙관론자가 아니라는 건,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재림 가능성을 직접 경고했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납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최악의 경제 시나리오로, 1970년대 오일 쇼크 당시 미국이 겪은 바 있습니다.

4월 23일 야데니 리서치 보고서에서 그는 "주식 시장 랠리는 연료가 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고, 이틀 뒤 블룸버그 방송에서도 호르무즈 봉쇄가 여름까지 이어져도 증시가 버틸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저도 처음엔 이 발언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들렸는데, 그 근거를 들여다보니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고유가에도 미국 증시가 버티는 구조적 이유

1973년 1차 오일 쇼크 때 S&P 500은 약 48% 폭락했습니다. 1979년 2차 오일 쇼크 역시 시장을 박살 냈습니다. 그런데 야데니는 지금은 그 공식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제가 그 논리를 정리해보면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에너지 강도(energy intensity) 감소: GDP 1달러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양이 1950년 이후 약 58% 줄었습니다. 에너지 강도란 경제 활동 한 단위당 소비하는 에너지의 양을 뜻하는데, 미국 경제가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유가 충격의 파급력 자체가 구조적으로 약해진 것입니다.
  2. 순 에너지 수출국 전환: 셰일 혁명 덕분에 미국은 현재 하루 200만 배럴 이상을 순수출하는 에너지 수출국입니다. 과거엔 고유가가 미국 경제에 세금처럼 작용했지만, 지금은 엑손모빌, 쉐브론 같은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현금 흐름을 폭발시키며 경제 내부에서 순환됩니다.
  3. 소비자 에너지 지출 비중 역사적 저점: 미국 가계 소비 지출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저 수준입니다. 그만큼 유가 급등이 실질 소비를 갉아먹는 충격이 과거보다 훨씬 제한적입니다.

호르무즈 봉쇄 상황에서도 유가가 더 오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연결됩니다. 원유 공급 경로가 파이프라인, 육상 유조 트럭, 러시아·중국·인도·멕시코 등 다양한 루트로 이미 분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원유 선물 시장에서 12개월 후 유가가 80달러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다만 야데니가 "증시가 당분간 버틴다"고 한 건 로켓처럼 치솟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호르무즈 봉쇄가 풀릴 때까지 박스권에서 버티는 교착 상태를 전망한 겁니다. 유가가 120달러 수준으로 장기화된다면 야데니 스스로 35% 확률로 경고한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하면 안 됩니다.

코스피 반도체 랠리 뒤에 숨겨진 리스크

3월 초 전쟁 발발 직후 코스피는 장중 12% 이상 폭락했고, 원화 가치는 1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3월 31일 저점 이후 코스피는 약 28% 급등했습니다. 겉으로 보면 미국 증시와 비슷한 흐름처럼 보이지만, 저는 이게 다른 종류의 반등이라고 느꼈습니다.

코스피가 버틴 이유는 반도체 하나입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55% 급증했고,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405.5% 증가하며 분기 매출 50조 원, 영업이익률 72%라는 수치를 찍었습니다. 4월 수출 증가도 반도체가 주도했고, 외국인 순매수액 5조 4천억 원 중 5조 6천억 원이 전기전자 업종에 쏠렸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합계는 코스피 전체의 40.7%를 차지합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미국은 구조적으로 에너지 충격에 내성이 생긴 상태인 반면, 한국은 에너지 자원의 94%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수입 원유의 70%가 호르무즈를 통과합니다. 지금 코스피가 버티는 건 에너지 충격을 구조적으로 흡수하는 게 아니라, 반도체 슈퍼사이클(super cycle)이 그 충격을 일시적으로 덮고 있는 것입니다. 슈퍼사이클이란 특정 산업이나 원자재 가격이 수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급등하는 강세 국면을 의미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쏠림 구조에서 사이클이 꺾이는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빠릅니다. 반도체 피크아웃(peak-out), 즉 실적 정점 이후 하강이 시작될 경우 호르무즈 리스크가 고스란히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습니다. 삼성과 하이닉스가 코스피의 40%를 떠받치고 있는 구조에서 이건 무시하기 어려운 리스크입니다.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와 관련해서는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KEEI)의 에너지 통계를 참고하시면 더 구체적인 수치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미국의 에너지 수출국 전환 현황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서 최신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 내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점검할 것인가

같은 방향으로 올라가는 시장이라도, 이유가 다르면 결과도 달라집니다. 이번에 야데니의 분석을 파고들면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게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미국 증시는 에너지 구조 전환이라는 구조적 변화를 등에 업고 고유가를 흡수하고 있고, 한국 증시는 반도체라는 단일 엔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입니다.

야데니는 현재 에너지 섹터 비중 확대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ETF인 XLE의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이 16배 수준으로, S&P 500 전체나 테크 섹터 대비 저평가 구간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PER이란 현재 주가가 주당 순이익의 몇 배에 해당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한국 시장에 투자하는 분이라면 반도체 쏠림 리스크를 인지하고 조선, 방산, 2차 전지 등 비반도체 섹터로 분산하는 전략을 고려해볼 만합니다. 호르무즈가 재개방된다면 에너지 섹터는 조정을 받겠지만 항공주와 석유화학주는 반대로 수혜를 볼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별로 내 포트폴리오가 어떻게 반응할지를 미리 생각해두는 것, 그게 지금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준비입니다.

결국 투자에서 중요한 건 "얼마나 올랐느냐"가 아니라 "왜 올랐느냐"를 아는 것입니다. 제가 이번에 얻은 교훈도 그겁니다. 겉으로 보이는 상승에 올라타기 전에, 그 상승을 만드는 엔진이 무엇인지, 그 엔진에 균열이 생기는 조건이 무엇인지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지탱하는 논리가 흔들릴 때 어떻게 대응할지를 미리 그려두는 것, 그게 장기 투자자의 방패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qmyeAWL23H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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